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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아들 사건, 그리고 두 개의 진실가짜와 진짜 사이 2025. 5. 14. 18:00반응형
– 아동학대와 교사 권리 사이, 우리가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2022년 9월,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있었던 대화가 대한민국 사회를 둘로 갈랐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이 발언은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을 향해 한 말로 녹음에 담겨 있었고, 1심에서는 정서적 학대의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2심에서는 해당 녹음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으로 판단돼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즉, 발언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법적 판단에서는 제외됐다. 이 말은 ‘정서적 학대’라는 무거운 이름을 달고 법정에 서게 됐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아이와 교사의 갈등을 넘어 장애아동의 권리, 교사의 보호, 몰래 녹음의 윤리, 사회적 유명인의 영향력 등 수많은 논점을 한 데 모았다.
아이는 말 대신 기기를 품었다. 가방 안에 숨어든 목소리는, 교실 바깥에서 폭풍을 불렀다. 1. 사건의 발단: 녹음기 속 교실
피고인 A씨는 당시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지도하던 교사였다. 피해 아동은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부모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고, 아이의 행동이나 말투, 표정만으로는 학교 안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주씨 부부는 아들의 옷 속에 소형 녹음기를 숨겨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녹음기엔, 수업 시간 중 교사가 아이에게 거친 말투로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버릇이 고약하다”, “정말 싫어” 등의 표현이 포함된 이 녹음 파일은 아동 정서적 학대의 증거로 경찰에 제출됐다.
이후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감정은 숨겨야 했고, 말 한 마디는 증거가 되었다.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공간만이 아니었다 2. 1심 판결: 유죄, 그러나 선고 유예
1심 재판부는 교사의 발언이 반복적이고 비하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아동과 교사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처벌은 비교적 가벼웠다. 벌금 200만 원의 선고 유예. 이는 형 자체를 내리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하지 않는 ‘선처’의 형태였다. 재판부 역시 사건의 복잡성, 피고인의 반성과 경력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유죄 판단은 언론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고, 주호민 작가 역시 공개적으로 해당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아이가 그런 말을 듣고 하루를 견뎠다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여론은 양극단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3. 여론의 두 얼굴: 피해자 중심 vs 교사 인권
1심 유죄 선고가 내려진 직후, 주호민 씨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이초등학교 사건과 엮이며 ‘갑질 부모’가 됐다”고 토로하며, 이 사건이 자신에게도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사 3일째에 죽음을 결심하고 유서를 썼다”는 언급까지 있어, 이 사안이 단순히 ‘공격자’와 ‘피해자’ 프레임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초기에 선처를 고려했지만, 교사 측으로부터 자필 사과문, 고소 취하 요청, 물질적 보상 요구 등이 담긴 서신을 받으면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내는 조약서 같았다”는 표현은 여론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들의 신체 노출 문제에 대해서도 “여학생에게 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했고, 특수학급 과밀 해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전학을 결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주호민 부부에 대한 비난도 함께 쏟아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유명인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교사를 몰아세운다", "자녀의 문제를 학교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향한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비난도 있었다. 특히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해도,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고, 반대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장애아동 보호는 시스템이 없으면 할 수 없다"며 주씨 측을 옹호하는 시선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장애아동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사가 아이에게 ‘싫다’, ‘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비전문적이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었다. **“정서적 학대도 학대다”**는 구호가 공유됐다.
반면,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반발이 거셌다. “이제는 아이에게 무슨 말도 못 한다”, “몰래 녹음이 합법이면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하나”라는 주장이 퍼졌고, 교권 침해 문제로 확대되었다. 특수교사라는 직무 특성상, 때로는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논의되었다.
이 사건은 정의의 충돌을 보여줬다. 아동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 둘 다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한 쪽이 배제될 때, 우리 사회는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진실은 누구의 얼굴에 있었을까? 질문은 가면을 벗기려 했지만, 우리는 끝내 표정을 보지 못했다 4. 2심 판결: 녹음의 벽
1심 선고 이후, 교사 A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그리고 특수교사노조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주호민 씨가 개인방송을 통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금전 요구와 쥐새끼 발언 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A씨 측은 “합의 과정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을 뿐이며, 금전배상 조항은 이후 삭제되었음에도 마치 돈을 요구한 것처럼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쥐새끼”라는 표현은 녹취록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속기사가 직접 확인했고 검찰도 이를 기소 내용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법원 앞에서 “누구를 위한 몰래녹음인가?”, “교실에서는 몰래녹음이 합법인가?”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고, 검은 상복 차림에 국화꽃을 든 60여 명의 교사들이 함께했다. A씨는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특수교사가 아이를 싫어했다고 해석되는 말은, 문제행동에 대한 표현이었지 아동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항소장을 제출하며, 2심에서는 증거능력과 사건의 맥락이 제대로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년 5월 13일, 수원지법 형사항소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장 큰 쟁점은 바로 ‘녹음 파일’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녹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허가 없이 녹음한 것”은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1심과는 정반대였다. 녹음기 자체가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한다면, 녹취 내용도 모두 무효가 되는 셈이다.
결국 재판부는 다른 증거만으로는 A씨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주호민 측은 이에 대해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동시에 “장애아동이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증명할 수단이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상고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몫이라고도 덧붙였다.
5. 리싼 질문: 우리는 무엇을 증명해야 했을까?
이 사건은 분명 한 아이와 한 교사의 충돌에서 시작됐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민낯을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됐다.
"정서적 학대"를 입증하려면 반드시 녹취가 있어야 하는가? 불법 녹취면 모두 배제돼야 하는가?
교사는 감정 표현조차 금지된 존재인가?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한계를 누가 보듬는가?
장애아동이 당한 고통은 어떻게 증명될 수 있을까?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이만큼 알려졌을까?
우리는 왜 이토록 늦게 질문을 시작했는가?
이 글은 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당신만의 판단이 시작되길 바랍니다.반응형'가짜와 진짜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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